세계에 기술력 인정받은 DL이앤씨…"싱가포르 항만 프로젝트 기준 바꿨다"

입력 2024-02-02 17:50   수정 2024-02-02 18:00


“DL이앤씨는 유럽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 규칙을 준수하고, 정해진 기한 내 공사를 마치는 놀라운 회사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도 DL이앤씨의 안전 성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유럽 4대 준설사 중 하나인 벨기에 데메그룹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자회사(DIAP) 지사장인 대니얼 공(Daniel Kong)은 이달 초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의 대규모 항만 건설 공사인 투아스항만터미널 두 번째 공사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따내 시공했다. 총 공사금액은 1조 9800억원에 달한다. 공사에서 준설은 DIAP이, 해상 매립 케이슨 공법은 DL이앤씨가 각각 맡아 수행했다

1852년 시작된 데메그룹은 시가총액이 20억유로(한화 약 3조원)를 넘는 거대 해양 기업이다. 준설과 인프라 설치 등 토목 분야는 물론 환경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데메그룹 등 유럽 기업은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 기준과 기술력을 보유해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협력을 요청하기 때문에 꼼꼼한 검증을 거쳐 파트너사를 선정한다. DIAP 역시 DL이앤씨 본사와 현장을 수차례 방문한 끝에 협업을 결정했다. DIAP는 프로젝트를 같이하며 검증된 DL이앤씨의 능력을 높게 사 올해 입찰을 앞둔 싱가포르 투아스터미널 네 번째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함께하기로 했다. 기존 공사에서 입증된 DL이앤씨의 기술력과 안전성이 싱가포르 정부에 어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니앨 공 지사장은 “투아스항만 2단계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DL이앤씨의 기술력에 확신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 19 확산기에 프로젝트를 끝낸 사례가 많지 않은데도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쳐 싱가포르 정부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데메 그룹의 높은 안전 관리 요구 수준을 맞춘 DL이앤씨가 다음 프로젝트를 함께 할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공사 과정에 앞서 비상 시 이동 동선과 행동 요령 등을 미리 교육해 근로자가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 관리자 급이 아닌 현장 최전선에 있는 직원이 요청할 경우에도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 '안전의 싱가포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DL이앤씨는 이같은 여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확보해 공사기간을 제때 맞춰냈다. 근로자가 현장에서 일한 3400만 시간 동안 중대재해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DL이앤씨와 DIAP이 함께 시공한 싱가포르 투아스 항만 공사는 앞으로 전 세계 해운 시장에 영향을 미칠 대규모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도심에 가까운 기존 남측 항만을 서쪽 투아스 지역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투아스 항만이 완공되면 총 4개 항만에서 6500만teu(1teu 당 6.1미터 컨테이너 하나) 규모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항만이 사람의 손가락 모양과 닮아 핑거 1, 2, 3, 4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이 중 핑거 2 프로젝트를 DL이앤씨와 DIAP가 수행했다. 2015년 초 프로젝트를 시작해 약 8년의 공사 끝에 지난해 준공했다. 200여개 항로를 보유하고 120개국 600개 항만과 연결된 항만 허브 국가 싱가포르의 경제적 기반인 항만을 한국 기업이 맡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아스 항만 건설로 남은 기존 항만 부지에는 주거지와 상업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항만 공사는 크게 기존 해안을 파내는 준설 작업과 컨테이너를 수용할 부지를 조성하는 매립 작업으로 나뉜다. 이 중 준설 작업은 DIAP가, 땅을 매우는 작업은 DL이앤씨가 맡았다. 매립은 땅을 매울 테두리에 일종의 방파제인 케이슨을 설치해 막는 작업이 핵심이다. DL이앤씨는 콘크리트로 높이 30m 아파트 13층 1개동 규모의 케이슨을 221개 제작해 드넓은 바다를 메웠다. DL이앤씨는 두 개 라인의 작업 최적화를 통해 한 개 케이슨을 제작하는데 3.5일까지 기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DL이앤씨는 핑거2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싱가포르의 항만 매립 기준을 바꿔놓는 쾌거를 이루기도했다. 기존 DIAP이 해안 준설 때 발생한 준설토를 재활용하는 양을 기존 공법 대신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당초 싱가포르 정부는 최소 상층부 6.5m를 모래로 덮고, 그 외 나머지 부분을 준설토를 활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모래층 4미터에 나머지를 준설토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또 콘크리트 덮개를 활용해 약 100만㎥의 사석 사용을 줄여 14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절감했다. DL이앤씨가 제안한 준설토 활용 확대 방안은 핑거3에도 적용됐으며 추후 핑거4에서도 이같은 방식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정부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셈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핑거4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그동안의 성과를 봤을 때 DL이앤씨가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효율적인 공사를 해왔다”며 “진행된 공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케이슨을 사용하면서도 생산성이 가장 좋아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이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관공서 발주 공사 입찰을 전 세계에 열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완전 경쟁식’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탄탄한 재원과 부정 부패가 거의 없는 문화 덕에 공사의 안전성이 높아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높은 기술력과 높은 안전성을 요구하는 항만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인정받은 분야다. 최근 다른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염가 수주’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항만 분야만큼은 중국이 진출하지 못한 ‘노다지’ 시장이다. 특히 2020~2022년까지 이어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공사를 제때에 맞춰 한국 기업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신뢰가 커졌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는 핑거 1~3 공사 입찰에 나섰고, 이를 모두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연합해 따냈다. 1300만teu 규모 핑거1은 현대와 삼성이, 2000만 teu 규모 핑거2는 DL이앤씨가 맡았다. 2100만teu 규모 핑거 3 역시 현대가 시공 중이다. 현재 마지막 남은 1100만 teu 규모 핑거4도 한국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싱가포르=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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